한 팔년전쯤 어느 주일 이른 아침에 전화벨이 울려서 받으니
친정 어머니께서 쓰러지셔서 전날 밤에 응급실에 실려 가셨는데 의식이 없고 위독한 상태라고 했다.
정신은 몽롱해지고 온 몸은 사시나무 떨듯 떨리고...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다.
정신을 좀 차리고 생각하니 주일이다.
무슨일이 있어도 주일을 빼먹는 일은 생각해 보지도 않았는데 갈등이 생겼다.
성가 지휘도 그렇고 담주 성가 연습도 그렇고...악보라도 건네주고 갈까???
주일을 지키는 일에 이렇게 고민해 본 적도 없었다.
전라도에서 경북까지 가려면 한 일곱 시간은 가야 하는데 그 사이에 돌아가시기라도 하시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께선 주일을 지키기를 원하실거란 생각이 들었다.
만약 엄마가 돌아 가시기라도 하시면 엄마는 어떤걸 더 좋아 하실까를 생각해봤다.
천국을 향하고 계시는 어머니의 영혼이 예배 드리고 있는 나를 보고 더 기뻐 하시고
흐뭇해 하실 모습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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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까지 가는 길은 그날따라 더 먼것 같았다.
밤이 되어서야 병원에 도착할수 있었다.
엄마는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식물인간 상태였고 식구들은 모조리 응급실 밖에 대기 중이었다.
큰 언니와 형부만 침대 옆에 있었다.(출입문 밖에서 다 보였음)
90년도에 뇌졸증으로 쓰러 지신적이 있다.
그때는 일어나 앉지도 못하셨는데 누워서 애타게 기도하시다 꿈에 주님을 만났고, 자녀들을 위해 기도의 제물로
살으라는 주님과의 약속과 함께 회복을 주셔서 산에 나물 뜯으러도 다니시고 도토리 주우러도 다니시고 하셨었다.
그 휴유증인지 몰라도 뇌가 잘못 되면서 경련을 일으키고 의식을 잃은 상태라는데 뇌에 특별한 이상은 없단다.
도착한지 10분도 되지 않았을때 언니 부부가 갑자기 부산히 움직여서 깜짝 놀랐다.
그런데 엄마의 움직임이 보이더니 곧 일어나 앉으셨다.
동갑네기 옆집 권사님이 들어 가시더니 약간의 의식이 돌아 오셔서 권사님을 알아 보신다고 하셨다.
조금은 안심을 한 후 돌아왔었다.
그후 완전 회복이 되셨고 어머니의 말씀에 천국 문앞까지 가셨는데 다시 보내서 오셨다고만 하셨다.
그때부터 2년 동안 꼭 천국 가실때를 알고 계시는듯 모든 것을 다 비우시고 당부하시고
평소에 하시지 않던 행동들을 하셨다.
그리고 매 번 자는 잠에 데려가 달라고 기도하신다고 하셨다.
그렇게 멀쩡히 2년을 더 사시다가 2003년 늦여름 수요예배를 드리고 가셔서 주무시다
당신이 기도하신대로 자던 잠에 천국으로 가셨다.
그때 황급히 병원으로 좇아 갔더라면 주일을 범할 뻔 했는데...
어쩜 주일을 지킨 저를 위해서 주님께서 회복을 주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본다.
주일을 지키도록 생각과 판단까지 주장하신 주님께 다시 감사를 드립니다.
주님 앞에 가는 그날까지 주의 날을 범하지 않도록 도와 주옵소서~할렐루야~